참관 수업
나이 마흔에 막내딸을 낳았다.
직장에 다니느라 어린이집과 놀이방에서 지낸 막내가 훌쩍 자라 초등학교에 들어갔다.
처음 학부모 참관 수업이 있던 날이었다.
막내는 며칠 전부터 "엄마, 꼭 와야 해요." 하며 다짐을 받았다.
한데 마침 직장에 중요한 일이 생겨 가지 못했다.
수업이 끝나고 막내가 전화했다.
"엄마, 왜 안 왔어요? 잊어버렸어요? 오늘 엄마 안 온 아이는 전 혼자였어요. 가위로 색종이를 오리는데 자꾸만 눈물이 났어요. 친구들이 우느냐고 물어서 아니라고 했어요. 그런데 선생님이 안아 주니 눈물을 못 참겠더라고요. 그래서 막 울었어요. 이젠 수업 끝났으니 괜찮아요."
막내의 슬픈 목소리에 점심시간 내내 밥도 못 먹고 울었다.
막내에게 상처를 준 것 같아 미안했다.
그날 오후, 또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막내의 담임 선생님이었다.
"어머님, 저도 일하다 보니 제 아이들 참관 수업에 한 번도 못 갔습니다. 그래도 잘 자랍니다. 너무 마음 아파하지 마세요. 아이가 울어서 안아서 달래 줬어요."
가뜩이나 반에서 키도 제일 작아 걱정이라 하니 선생님이 말했다.
"제일 앞자리에 앉으니 제가 한 번 더 보고 안아줄게요. 힘내서 열심히 근무하세요."
선생님의 말은 큰 메아리가 되어 지금도 내게 힘과 용기를 준다.
-좋은생각 이천십육년 십일월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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