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선생이다!!

들썩들썩 춤추는 버스

곽성호(자유) 2017. 1. 30. 21:54

들썩들썩 춤추는 버스


어릴 적 살던 산골 마을엔 하루 일곱 번만 버스가 다녔다.

인근 도시로 가는 길은 비포장인 데다 굽이굽이 산도 넘어야 해 운전하기에 매우 험했다.

버스는 늘 붐볐는데, 어시장에 내다 팔 생선 때문에 비린내 가실 날이 없었다.

어떤 땐 버스 바닥에 생선이 와르르 쏟아졌다.


그 노선을 혼자 맡았던 이가 바로 오 기사였다.

박봉을 받으며 만원 버스를, 더구나 비린내 나는 버스를 몇 해 동안 몰았으니

어찌 불만이 없었을까.

"퍼뜩퍼뜩 타소! 뒤차 빵빵 소리 안 들리는교?",

"이 자슥아, 니 백 원 덜냈다!"

성격 급한 그의 거친 말투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았다.


비록 성마른 짜증을 냈지만 오 기사의 책임감은 투철했다.

한번은 새벽부터 눈이 펑펑 내렸다.

등굣길과 출근길에 나선 이들 모두 발을 동동 굴렀다.

아무도 기대하지 않은 그 순간 버스가 눈길을 뚫고 도착했다.


그러던 어느 날, 초등학교 운동회에 오 기사가 나타났다.

알고 보니 감사패를 받기 위해서였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주민을 위해 운전한 그에게 모두 감사의 박수를 보냈다.

그때 활짝 웃던 그의 미소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그날 이후, 오 기사는 딴사람이 되었다.

화나도 참고, 참아도 화나면 또 참았다.

그러곤 부드럽게 말했다.

"아지매, 퍼뜩 타이소. 허허허."

오 기사 얼굴에 짜증 대신 웃음이 걸리자 버스 분위기도 바뀌었다.

승객들도 따라 웃었다.


시골길 버스는 뒤뚱뒤뚱 흔들렸지만, 내겐 들썩들썩 춤추는 것처럼 느껴졌다.

칭찬이 웃음을 낳고, 웃음이 버스마저 춤추게 하던 그날을, 나는 또렷이 기억한다.


-좋은생각 이천십육년 구월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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