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 2

[훈화] 앞자리로 가세요

12월이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미국에 온지 얼마 안됐을 때다. 생일을 앞둔 큰아들에게 맛있는 케이크를 선물하고 싶었다.나는 홀로 자동차를 타고 유명한 빵 집에 갔다. 연말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그곳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가게에 동양인은 나뿐이었다. 사람들은 계산대 앞에 길게 줄지어 차례를 기다렸다. 수십 명이 가고 곳 내 차례가 되었다. 그런데 가만 보니 직원이 번호를 외치면 손님들이 종이를 보여주며 주문하는 게 아닌가.나만 종이가 없었다. 그제야 알았다. 입구에서 번호표를 뽑고 줄 서야 한다는 걸. '아…… 30분 간 헛수고를 한 걸까.' 그러나 어쩌랴 할 수 없이 다시 입구로가 번호표를 가져왔다. 한데 그 순간 웬 백인 남자가 성큼성큼 다가왔다. "실례합니다." 깜짝 놀라 쳐다 보니 조금 전까지 내..

[인성] 고구마는 정을 싣고

고구마는 정을 싣고 관리비를 내고 은행을 나오니 채소 트럭이 보였다."고구마요, 고구마! 맛좋은 고구마!"마침 시장에 가려던 참이라 멈춰 서 이것저것 골랐다.한 아주머니가 계산을 마치고 가려다 주인아저씨에게 조심스레 물었다."고구마 조금은 안 팔아요?""얼마나요?"아저씨가 투박한 말투로 되물었다."천 원어치만요. 맛이나 보려고요."모기만 한 목소리로 답하자 아저씨는 전보다 더 퉁명스럽게 말했다."천 원어치는 얼마 안 돼요."그러고는 고구마를 뒤적뒤적 해치더니 삐쩍 마른 두 개를 아주머니에게 내밀었다.혼자 먹기에도 턱없이 부족할 듯했다.아주머니는 차마 가져갈수도 "됐어요."라며 거절할 용기도 없는지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머뭇거렸다.내가 고른 고구마 중 제일 실한 것을 아주머니 손에 올려 두었다."아니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