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이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미국에 온지 얼마 안됐을 때다. 생일을 앞둔 큰아들에게 맛있는 케이크를 선물하고 싶었다.
나는 홀로 자동차를 타고 유명한 빵 집에 갔다. 연말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그곳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가게에 동양인은 나뿐이었다. 사람들은 계산대 앞에 길게 줄지어 차례를 기다렸다.
수십 명이 가고 곳 내 차례가 되었다. 그런데 가만 보니 직원이 번호를 외치면 손님들이 종이를 보여주며 주문하는 게 아닌가.
나만 종이가 없었다. 그제야 알았다. 입구에서 번호표를 뽑고 줄 서야 한다는 걸.
'아…… 30분 간 헛수고를 한 걸까.' 그러나 어쩌랴 할 수 없이 다시 입구로가 번호표를 가져왔다.
한데 그 순간 웬 백인 남자가 성큼성큼 다가왔다. "실례합니다." 깜짝 놀라 쳐다 보니 조금 전까지 내 뒤에 있던 사람이었다.
'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한 걸까?'
긴장한 내게 그가 말했다.
"그 종이는 제게 주고 앞 자리로 가세요." 그는 나 대신 맨 뒷줄로 가며 미소를 지었다.
그때 심정을 어떻게 표현 할 수 있을까. 낯선 이를 배려하는 모습에 가슴이 뭉클했다.
너무 수줍어 고맙다는 인사도 제대로 못한 게 지금까지 후회된다.
그의 작은 친절은 미국에 갓 적응하려던 내게 큰 용기를 주었다.
늦었지만 이제야 그에게 감사를 전한다.
- 좋은 생각 2017년 2월 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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