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김성장 며칠째 신발장에 운동화가 버려져 있다 주인을 찾아도 나타나지 않는다 내 발에 맞기만 한다면 갖고 싶을 만큼 아직 새것 일찌감치 무소유를 깨달은 아이들은 언제부터인지 물건에 집착하지 않는다 혹시 부처님인가 남의 물건을 탐내지 않는다 필요하면 눈에 띄는 대로 가져다 쓰고 버린다 그냥 아무거나 공용이다 쉽게 쓰고 쉽게 버리고 쉽게 잊는다 이런! 공용주의자인가 혹시 빨갱이인가 아무에게나 욕을 하고 교과서도 없다 자고 싶으면 자고 가고 싶으면 가고 학교 오고 집에 가는 일이 거침없는 놀라운 대 자유 위아래도 없고 좌우도 없음을 일찍 깨우쳤다 혹시 아나키스트인가 일찍이 교과서에 더 배울 게 없음을 알아버리신 분들 공부하기 싫으면 학교를 떠나라 해도 끈질기게 학교에 와서 저항한다 교사에게 성실한 친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