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승 3

낙법(落法)(정호승)

낙법(落法) -정호승- 내가 당신에게 배운 가장 소중한 가르침은 낙법이었다 당신이 당신의 생애 전체를 기울여 나를 메치고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어두운 골목길에 쓰러뜨리고 벼랑 아래로 힘껏 떠밀어버린 것도 결국은 나에게 낙법을 가르치기 위함이었다 넘어지면 넘어지면 되고 쓰러지면 쓰러지면 된다는 것을 새가 바람에 자신을 맡기는 것처럼 기차를 타면 기차에 나를 맡기는 것처럼 넘어지면 넘어진 곳에 쓰러지면 쓰러진 곳에 나를 맡기면 된다는 것을 진실로 가르치기 위함이었다 그리하여 넘어져도 제대로 넘어지는 법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는 법을 배우는 데에 내 존재를 다하여 나는 가난한 당신의 사랑이 필요했다

봄길 -정호승 (이달의 시 후보작)

봄길-정호승 님(이달의 시 후보작)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길이 있다길이 끝나는 곳에서도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사랑이 끝난 곳에서도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스스로 사랑이 되어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