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째 연가를 쓰고 있다.
아내가 아프다.
불행 중 다행으로 아주 심각한 상황으로 발전하지는 않게 되었다.
지금은 간호가 필요한 시기이다.
그런데 마무리 못한 일이 있어(월요일에 결재를 다 받아서 학교로 공문을 배부하면 끝나는 일이었는데, 그게 바로 처리가 안되더라.ㅠ.ㅠ) 계속 신경이 쓰인다. 어제도 오늘도 완료되지 않은 공문을 보고 결재 상황을 확인하고 결재가 끝날 때까지 자꾸 컴퓨터를 보게 된다. 물론 아내가 섭섭하지 않도록 간호에 집중하면서.
학교에 있을 때는 (연가를 쓴 적이 거의 없지만) 학교를 떠나면 내가 좋아서 생각하는 아이디어 외에 일 때문에 전전긍긍한 적은 없었는데, 장학사가 되고 나서는 내가 처리하던 일이 제대로 진행이 안될까봐 신경을 쓰게 된다.
학교에서는 그냥 조금 늦어져도 되거나 다른 누군가에게 부탁할 수도 있는 일이거나 무슨 일이 생겨도 내가 근무하는 곳에만 영향을 미치는데, 장학사가 되고 보니 내가 하고 있던 일들은 많은 학교와 선생님들에게 영향을 미쳐서 그냥 대충 하거나 미룰 수가 없다. 게다가 내 일을 누가 대신 해줄 수도 없다.
그러니 선배 장학사들이 연가를 내고 일하러 나온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이제는 잘 알겠다.
주어진 권리인 연가를 쓰면서 일을 생각해야 한다니.
미리 미리 일처리를 잘한다면 연가를 온전히 자신이나 가족을 위해 쓸 수도 있을텐데, 나는 아직 새내기 장학사라 그렇게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번에는 그래도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 이렇게 중간중간 일도 할 수가 있지만, 지금보다 더 심각하고 중대한 상황에서는 도대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책임감이 강하다는 것이 대체로 좋은 의미로 사용되는데 그것이 내 가족에게 적용이 되면 서운하고 섭섭한 일이 생기고 말 것이다. 무엇이 더 소중하고 중요한지를 잘 생각해야 한다.
책임감을 너무 갖지 말고 일도 잘하려고 하지 말고 그렇게 살 수는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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