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알아 가는 시간
"나는 그림 그리는 동안 고통에서 벗어날 탈출구를 발견했다."
신경 쇠약으로 괴로워하던 헤르만 헤세는 수만여 편의 그림을 그리며 스스로 회복한 뒤 《수레바퀴 아래서》, 《데미안》, 《황야의 이리》 등 걸작을 발표했다.
그에게 미술 치료를 권한 칼 융 역시 예술 작업을 하며 위기를 극복했다.
융은 그림에는 그린 사람의 무의식이 그대로 드러난다고 보았다.
그의 말대로 미술 활동을 하면 생각과 감정이 마음껏 표출된다.
그중 인쇄물이나 사진을 오려 붙이는 콜라주는 일상에서 쉽게 즐길 만하다.
일례로 잡지나 광고물에서 자신을 나타내는 문구, 그림을 찾아 오려 붙이다 보면 자기 인식과 자아감 정도를 알 수 있다.
소시오그램을 그려 인간관계를 살펴보는 것도 보람 있다.
종이 가운데 자신의 이름을 적고 그 주위로 서너 개의 원을 점차 크게 그려 나간다.
그다음 심적인 거리가 가까운 순서대로 사람들을 표시하며 원을 채운다.
꼭 사람이 아니어도 위안을 주는 대상이면 된다.
마지막으로 이들이 자신에게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그림이나 글로 정리한다.
나아가 상대에게 자신은 어디에 위치 하는지 그리고, 서로의 소시오그램 순위가 일치하지 않으면 이유가 무엇인지 고민해 본다.
그러다 보면 바람직한 관계를 위한 길을 찾을 수 있다.
삶 전반을 조망하려면 인생 그래프를 그리자.
먼저 가로줄을 길게 그린 뒤 출생부터 죽음까지 나이나 연도를 표시한다.
그러고 나서 기준선 위에는 긍정적인 사건을, 아래엔 부정적인 사건을 적는다.
각 사건을 선으로 연결하면 삶의 오르막과 내리막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지금까지 겪은 일뿐 아니라 미래에 계획한 일 혹은 겪을 일도 작성한다.
'졸업 후 무슨 일을 하며 살까?'
'노후를 보람차게 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등 인생 경로를 신중히 정하며 성찰하는 시간을 갖는다.
미술 활동하는 동안 자신의 현재 위치를 점검하고 어디로 나아갈지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림이 정서적 승화의 도구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헤세가 남긴 말은 의미가 깊다.
"내게 그림 그리기는 시 쓰기 같으며 종종 그 이상의 가치를 갖는다.
모든 고달픔에서 자유로워지는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좋은생각 이천십육년 팔월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