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2

낙법(落法)(정호승)

낙법(落法) -정호승- 내가 당신에게 배운 가장 소중한 가르침은 낙법이었다 당신이 당신의 생애 전체를 기울여 나를 메치고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어두운 골목길에 쓰러뜨리고 벼랑 아래로 힘껏 떠밀어버린 것도 결국은 나에게 낙법을 가르치기 위함이었다 넘어지면 넘어지면 되고 쓰러지면 쓰러지면 된다는 것을 새가 바람에 자신을 맡기는 것처럼 기차를 타면 기차에 나를 맡기는 것처럼 넘어지면 넘어진 곳에 쓰러지면 쓰러진 곳에 나를 맡기면 된다는 것을 진실로 가르치기 위함이었다 그리하여 넘어져도 제대로 넘어지는 법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는 법을 배우는 데에 내 존재를 다하여 나는 가난한 당신의 사랑이 필요했다

[훈화] 기다릴게요

기다릴게요 해 질 녘, 사내 넷이 모이는 '사인방'에 참석하러 집을 나섰다.소한 추위가 지났는데도 바람이 제법 찼다."한 봉지에 삼천 원, 두 봉지에 오천 원! 맛있는 과자가 한 봉지에……."안경 낀 지긋한 남자가 행상 중이었다.장사할 사람 같아 보이지 않았다."맛있으면 사 갈게요."내게 과자 한 주먹을 주며 맛보라고 했다.공짜라 그런지 맛있었다.그의 순한 눈빛을 바라보며 말했다."이따 일곱 시쯤 다시 올게요."한 주먹 더 얻은 과자를 먹으며 모임 장소로 향했다."기다릴게요!" 등 뒤에서 그의 말소리가 들렸다. 만나면 개구쟁이 소년이 되는 우리 넷.동태탕을 안주 삼아 쭈그러진 잔에 막걸리를 부어라 마셔라 했다.엉뚱한 친구 덕에 거의 삼 분마다 웃음보가 터졌다.일곱 시가 조금 넘어 모임이 끝났다. 집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