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는 정을 싣고
관리비를 내고 은행을 나오니 채소 트럭이 보였다.
"고구마요, 고구마! 맛좋은 고구마!"
마침 시장에 가려던 참이라 멈춰 서 이것저것 골랐다.
한 아주머니가 계산을 마치고 가려다 주인아저씨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고구마 조금은 안 팔아요?"
"얼마나요?"
아저씨가 투박한 말투로 되물었다.
"천 원어치만요. 맛이나 보려고요."
모기만 한 목소리로 답하자 아저씨는 전보다 더 퉁명스럽게 말했다.
"천 원어치는 얼마 안 돼요."
그러고는 고구마를 뒤적뒤적 해치더니 삐쩍 마른 두 개를 아주머니에게 내밀었다.
혼자 먹기에도 턱없이 부족할 듯했다.
아주머니는 차마 가져갈수도 "됐어요."라며 거절할 용기도 없는지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머뭇거렸다.
내가 고른 고구마 중 제일 실한 것을 아주머니 손에 올려 두었다.
"아니에요. 이걸 어떻게……."
미안한 표정이 역력했다.
"우린 식구가 적어서 이걸로도 충분해요."
얼른 계산하고 떠나려는데 아저씨가 내 봉지에 슬그머니 고구마를 넣는 게 아닌가.
내가 아주머니에게 주었던 것보다 더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인정은 돌고 도는 모양이다.
일순간 마음 한 구석이 따사로워졌다.
아주머니는 마지막까지 "고마워서……."하며 말끝을 흐렸다.
나는 "괜찮아요. 가져가서 맛있게 드세요."라고 말한 뒤 가벼운 걸음으로 돌아왔다.
-좋은생각 이천십육년 팔월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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