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선생이다 8

겨울 숲길에서 생긴 일

겨울 숲길에서 생긴 일윤재운 님 | 변호사 지난 연말에 며칠 동안 아내와 함께 충주호 근처의 조용한 동네에서 지냈다.마침 가까운 곳에 '자드락길'이라고 이름 붙인 숲길이 몇 개 있어서 하루에 하나씩 걷기로 하였다.첫날, 차를 몰고 솔숲으로 갔는데 숲이 가까이 갈수록 길이 좁아져서 나중에는 차 한 대만 간신히 지날 정도였다.워낙 외진 곳이어서 주차장도 따로 없었다.길가에 차를 조심스레 세우고 숲길을 한참 걷는데 반대편에서 내려오는 사람이 있었다.우리 부부보다 나이가 더 들어 보이는 부부로, 모두 스틱을 들고 있었다.서로 가볍게 목례를 하고 지나쳤다.새소리만 간간이 들리는, 눈 쌓인 적막한 겨울 숲길을 걷는 기분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두 시간여 걸은 뒤 되돌아왔는데 차를 보는 순간 깜짝 놀랐다.운전석 쪽 차..

비결은 없다, 그게 비결이다

비결은 없다, 그게 비결이다-윤성희 님 | 소설가 소설 《양과 강철의 숲》에는 피아노 조율사인 도무라라는 청년이 주인공으로 나온다.도무라는 열일곱 살에 고등학교 체육관에서 우연히 피아노 조율하는 광경을 본다.그 찰나의 순간을 그린 문장을 옮기자면 이렇다."그가 피아노 건반을 몇 군데 두드리자 뚜껑이 열린 숲에서 나무들이 흔들리는 냄새가 났다.밤이 흐르고 있었고 나는 열일곱 살이었다."피아노 소리에서 숲의 소리를 듣게 된 뒤 도무라는 조율사의 세계에 빠져든다.하지만 재능과 꿈이 일치하는 경우는 드물어서(혹은 우리 모두 드물다고 생각해서) 도무라 역시 초보 조율사가 되고도 끊임없이 회의를 느낀다.'나는 재능이 있는 건가? 좋은 조율사가 될 수 있을까?'이런 질문들. 그러다 어느 날, 자신을 조율사의 세계에 ..

[훈화] 오늘의 수고

오늘의 수고 매일 아침 정원에 떨어진 나뭇잎을 치우는 아이가 있었다.나뭇잎 치우기는 생각보다 힘들었다.특히 가을, 겨울에는 세찬 바람 탓에 낙엽이 정원을 뒤덮었다. 날마다 시간과 힘을 쏟던 아이는 금세 지쳤다.그래서 어떻게 하면 수고를 줄일 수 있을까 고민했다.'나무를 흔들어서 낙엽을 떨어뜨려 볼까?내일 몫까지 미리 치워 두는 거야.'아이는 좋은 방법이라 생각하고 정원에 나가 나무를 세차게 흔들었다.평소보다 치우는 데 시간이 한참 걸렸지만, 내일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즐거웠다.하지만 다음 날 정원에 나가 보니 낙엽은 평소처럼 수북이 쌓여 있었다.당황한 아이들 본 현자가 말했다. "얘약, 오늘의 수고는 오늘의 몫으로 충분하다.내일은 내일의 낙엽이 떨어지는 법이란다." -좋은생각 이천십칠년 삼월호 중에서

[훈화] 천 번의 두드림

천 번의 두드림 한 젊은이가 고생 끝에 사업을 시작했다.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갈수록 의기소침해졌다. 그는 기분 전환할 겸 산책을 나섰다가 나이든 석공을 보았다.석공이 망치로 큰 돌을 내려치자 반으로 쫙 갈라졌다.다른 돌 역시 마찬가지였다. 깜짝 놀란 그가 물었다."어르신, 힘이 대단하시네요. 타고난 겁니까, 아니면 비결이 있습니까?" 석공은 껄껄 웃었다."젋은이, 난 평범한 사람이라오."그러곤 돌을 내밀며 자세히 보라고 말했다. 단단한 돌에는 미리 쪼아 놓은 작은 구멍이 여러 개 있었다.어찌나 촘촘히 구멍을 냈는지 꽤 긴 시간을 들인 것 같았다."여보게, 한 번 쳐서 돌이 갈라진 게 아니라네. 갈라지지 않은 천 번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네." -좋은생각 이천십칠년 오월호 중에서

너는 할 수 있어

너는 할 수 있어 초등학교 3학년 때 동생의 유치원 학예회가 있었다. 귀여운 아이들의 공연 후 쉬는 시간이었다. 잠깐 화장실에 들렀는데 한 아이가 울고 있었다.도와줄까 고민하다 무심코 나와 버렸다. 곧이어 2부가 시작되었다.그런데 갑자기 무대 뒤편에서 울음소리가 들렸다. 진행에 차질이 생겼고 사람들은 웅성거렸다. 한참 뒤 사회자가 상황을 설명했다.한 아이가 긴장해서 나오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 아이는 좀 전에 화장실에서 울던 아이였다. 무대는 다시 밝어졌고, 아이들이 나와서 춤을 추었다.그러나 그 아이는 너무 긴장한 탓에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무대 뒤로 들어가라는 선생님들의 다급한 손짓에도 움직이지 않았다. 당황한 아이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때 누군가 박수를 쳤다.박수는 옆 사람, 뒷사람, 앞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