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선생이다!! 107

삶을 바꾼 만남

삶을 바꾼 만남 2012년 유네스코는 인류가 기념해야 할 인물로 다산 정약용을 선정했다.그는 사서오경을 연구하는 경학부터 정치, 사법, 과학, 의학, 건축, 음악에 이르기까지 500권이 넘는 방대한 저서를 집필하였다.그 내용은 한결같이 정밀하고 전문성이 높으며 혁신적이다.그의 삶 자체도 드라마 같다.그는 정조의 총애를 받으며 출셋길을 달리다가, 당쟁으로 40세에 강진으로 유배를 가서 18년을 곤궁하게 지냈다.유배 중에 아들과 형을 잃는 고통을 겪으면서도 매섭게 정신을 세워 엄청난 학문적 업적을 남겼다.십 년 전 다산 초당에 간 적이 있었는데 얼마 전 그에 관한 제법 두툼한 책 두 권을 연이어 읽었다. 다산연구소 박석무 이사장이 지은 《다산 정약용 평전》을 먼저 읽었다.그는 청년 시절부터 40여 년간 다산..

[훈화] 기다릴게요

기다릴게요 해 질 녘, 사내 넷이 모이는 '사인방'에 참석하러 집을 나섰다.소한 추위가 지났는데도 바람이 제법 찼다."한 봉지에 삼천 원, 두 봉지에 오천 원! 맛있는 과자가 한 봉지에……."안경 낀 지긋한 남자가 행상 중이었다.장사할 사람 같아 보이지 않았다."맛있으면 사 갈게요."내게 과자 한 주먹을 주며 맛보라고 했다.공짜라 그런지 맛있었다.그의 순한 눈빛을 바라보며 말했다."이따 일곱 시쯤 다시 올게요."한 주먹 더 얻은 과자를 먹으며 모임 장소로 향했다."기다릴게요!" 등 뒤에서 그의 말소리가 들렸다. 만나면 개구쟁이 소년이 되는 우리 넷.동태탕을 안주 삼아 쭈그러진 잔에 막걸리를 부어라 마셔라 했다.엉뚱한 친구 덕에 거의 삼 분마다 웃음보가 터졌다.일곱 시가 조금 넘어 모임이 끝났다. 집으로 ..

[훈화] 오곡밥과 사위

오곡밥과 사위 대보름을 앞두고 사위가 물었다."오곡밥 안 하세요?" "누가 먹어야 하지. 나 혼자 먹자고 하기도 번거롭고.""먹고 싶어요. 해 주세요."요즘 젊은이들은 좋아하지 않는 음식인데, 객지 생활 하다 보니 고향 밥이 그리웠던 걸까.가족이 된 지 얼마 안 돼 서먹한데도 넉살 좋게 부탁했다.남편과 나는 오곡밥을 좋아했다.커다란 솥에 해서 이웃과 나누고, 냉동실에 두었다가 입맛 없을 때 꺼내 먹기도 했다.그때는 외국산 재료를 썼지만 사위가 해 달라니 좋은 재료에 눈이 갔다.요리하느라 바쁜 와중에 사위가 왔다.아들이라면 마음 쓰지 않을 텐데, 사위가 턱밑에서 기다리니 마음이 분주했다.서둘러 상 차리고 밥 푸려는 순간 사위가 "저 먼저 주세요."라며 남편이 생전에 쓰던 밥그릇을 꺼내 왔다.예의 없다는 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