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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까바까
참관 수업 나이 마흔에 막내딸을 낳았다.직장에 다니느라 어린이집과 놀이방에서 지낸 막내가 훌쩍 자라 초등학교에 들어갔다.처음 학부모 참관 수업이 있던 날이었다.막내는 며칠 전부터 "엄마, 꼭 와야 해요." 하며 다짐을 받았다.한데 마침 직장에 중요한 일이 생겨 가지 못했다.수업이 끝나고 막내가 전화했다."엄마, 왜 안 왔어요? 잊어버렸어요? 오늘 엄마 안 온 아이는 전 혼자였어요. 가위로 색종이를 오리는데 자꾸만 눈물이 났어요. 친구들이 우느냐고 물어서 아니라고 했어요. 그런데 선생님이 안아 주니 눈물을 못 참겠더라고요. 그래서 막 울었어요. 이젠 수업 끝났으니 괜찮아요." 막내의 슬픈 목소리에 점심시간 내내 밥도 못 먹고 울었다.막내에게 상처를 준 것 같아 미안했다.그날 오후, 또 한 통의 전화를 받았..
생각없이 배우는 것은 헛수고이고, 배움이 없는 생각은 위험하다.-공자
예쁜 순 우리말 사랑땜 : 새로 산 물건에 한동안 애정을 가지는 일모둠밥 : 여러 사람이 먹기 위해 가득 담은 밥꽃잠 : 신혼여행의 첫날밤그루잠 : 깨었다가 다시 든 잠도담도담 : 어린아이가 탈 없이 잘 놀며 자라는 모양
아이를 키우는 일은 주사위 놀이처럼 결과를 알 수 없다.그런데도 나는 살면서 그 어떤 일에서도 이보다 큰 기쁨과 보람을 느껴 본 적이 없다.-빌 코스비
오해에서 세 걸음 물러나면 이해가 되고, 이해에 이해를 더하면 사랑이 된다.-김형태
기다릴게요 해 질 녘, 사내 넷이 모이는 '사인방'에 참석하러 집을 나섰다.소한 추위가 지났는데도 바람이 제법 찼다."한 봉지에 삼천 원, 두 봉지에 오천 원! 맛있는 과자가 한 봉지에……."안경 낀 지긋한 남자가 행상 중이었다.장사할 사람 같아 보이지 않았다."맛있으면 사 갈게요."내게 과자 한 주먹을 주며 맛보라고 했다.공짜라 그런지 맛있었다.그의 순한 눈빛을 바라보며 말했다."이따 일곱 시쯤 다시 올게요."한 주먹 더 얻은 과자를 먹으며 모임 장소로 향했다."기다릴게요!" 등 뒤에서 그의 말소리가 들렸다. 만나면 개구쟁이 소년이 되는 우리 넷.동태탕을 안주 삼아 쭈그러진 잔에 막걸리를 부어라 마셔라 했다.엉뚱한 친구 덕에 거의 삼 분마다 웃음보가 터졌다.일곱 시가 조금 넘어 모임이 끝났다. 집으로 ..
정전기와 양말 정전기는 겨울철 옷을 벗을 때 많이 생긴다.외출 후 집에 돌아왔을 때 양말을 제일 먼저 벗어 보자.양말은 대개 합성 섬유로 만들어져 몸에 쌓인 정전기가 흘러 나가는 걸 막는다.양말을 벗고 맨발을 바닥에 디디면 접지 현상에 의해 전기가 빠져나간다. -좋은생각 이천십칠년 이월호 중에서
오곡밥과 사위 대보름을 앞두고 사위가 물었다."오곡밥 안 하세요?" "누가 먹어야 하지. 나 혼자 먹자고 하기도 번거롭고.""먹고 싶어요. 해 주세요."요즘 젊은이들은 좋아하지 않는 음식인데, 객지 생활 하다 보니 고향 밥이 그리웠던 걸까.가족이 된 지 얼마 안 돼 서먹한데도 넉살 좋게 부탁했다.남편과 나는 오곡밥을 좋아했다.커다란 솥에 해서 이웃과 나누고, 냉동실에 두었다가 입맛 없을 때 꺼내 먹기도 했다.그때는 외국산 재료를 썼지만 사위가 해 달라니 좋은 재료에 눈이 갔다.요리하느라 바쁜 와중에 사위가 왔다.아들이라면 마음 쓰지 않을 텐데, 사위가 턱밑에서 기다리니 마음이 분주했다.서둘러 상 차리고 밥 푸려는 순간 사위가 "저 먼저 주세요."라며 남편이 생전에 쓰던 밥그릇을 꺼내 왔다.예의 없다는 생..
송이 버섯은 균근(菌根)이라는 뿌리를 가졌다.이 뿌리는 원형으로 퍼지면서 자라는데, 좋은 조건이 계속되면 뿌리만 발달해 버섯을 만들지 못한다.계절 변화, 송진이나 산성 물질 등 방해 조건에 부딪혀야 버섯이 만들어진다.-좋은생각 이천십칠년 이월호 중에서
직업 정신 회사 다닐 때의 일이다.어느 날 늦잠 자는 바람에 일곱 시 반에 일어났다.출근 시간은 여덟 시인데 말이다. 나는 급히 씻고 콜택시를 불렀다.허둥지둥 택시에 올라 빨리 가 달라고 부탁했다.그러나 아저씨는 규정 속도를 지키며 운행했다. 한창 출근 시간이라 신호를 두세 번 더 기다려야 했고,그럴수록 요금은 올라갔다. '택시비 많이 받으려고 하는구나.'라는 생각에 부아가 났다.아저씨는 신호 대기 중 전화도 받았다.한데 "지금 손님 모시고 운전 중이니 나중에 전화할게요."라고 짧게 말하곤 끊었다.평소 집에서 회사까지는 택시비 5천 원 정도인데, 그날은 7천8백 원이나 나왔다.나는 속으로 불평하며 만 원을 내밀었다. 그러자 아저씨는 5천 원을 거슬러 주며 말했다. "급하신 마음 잘 압니다. 그렇지만 신호..